일상에서 종종 마주쳤을 시내버스, 택배트럭, 소방차, 구급차, 이들 모두를 우리는 ‘상용차’라고 부릅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자동차이지만, 광고에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죠. 상용차는 영업용 차가 절대 다수인 시장이기에 운전 기사님들을 대상으로 한 세일즈 광고만을 집행해왔기 때문입니다. 2023년 1월,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에서 상용차를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현대자동차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최초의 브랜딩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름을 몰랐던 자동차
눈물 쏙 빼는 아이디어부터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아이디어까지 트럭과 버스를 알릴 좋은 방법들은 많았지만, 모두를 고개 끄덕이게 만든 생각의 방향이 있었습니다. “이 차는 그랜저. 저 차는 쏘나타. 하지만 소방차의 이름은..소방차..?”
그 순간 깨달았죠. 모든 상용차들은 ‘이름’이 아닌 ‘하는 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고 있을까요? 소방차의 이름은 ‘파비스’, 구급차의 이름은 ‘쏠라티’, 청소차의 이름은 ‘엑시언트’, 통학버스의 이름은 ‘카운티’라는 것을. 이 자동차들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느라, 사람들에게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싶었고요. 그렇다면, 아이디어를 본 클라이언트 분들의 최초 반응은 어땠을까요? “이건 디지털로만 나가기는 아까워요. 이런 건 TV에 나와야죠.”
디지털 매체로 시작됐던 프로젝트가 TV로, 1분 장초수 필름으로 판이 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빅모델만큼 섭외가 어려웠던 주인공들
촬영 준비 또한 일반적인 자동차 광고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갓 나온 신차가 아닌,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상용차들을 직접 섭외하기로 했죠. 하지만 여러 대의 상용차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량 수배 컨디션에 따라 촬영 일정이 좌지우지될 정도였고, 촬영 전날 가까스로 섭외가 완료되었을 땐 모두가 쾌재를 불렀죠. 그렇게, 우리 곁에 실제 머물고 있는 상용차를 생생히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고에 등장했던 바로 그 차를 여러분이 직접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일!
불타오르던 바지가 예견한 결과
3박 4일간 전국 각지를 돌아야 했던 촬영이었던 만큼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막내 아트디렉터의 바지가 난롯불에 살짝 타버린 것은 캠페인이 대박 날 거라는 계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광고가 온에어 된 후 쏟아지던 주변 연락에도 기뻐하던 우리인데, 이렇게 명예의 전당까지 오르게 되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두의 삶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현대 트럭&버스.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이 광고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 대 한 대의 이름을 선명히 기억하게 된 것처럼, “사다리차다!”가 아닌 “마이티다!”라고 불릴 수 있길 기대하며. 앞으로의 브랜드 캠페인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